안경은 얼굴 한가운데 얹는 가구와 같다. 하루 종일 몸에 닿아 있고, 내 인상의 8할을 결정한다. 그런데 길거리 안경원 매대에 깔린 몇만 원짜리 테와 브랜드 로고가 선명한 수십만 원짜리 수입 테는 대체 뭐가 다르기에 가격이 열 배씩 차이 날까? 단순히 브랜드 이름값일까? 아니면 우리가 모르는 디테일의 차이가 숨어 있는 걸까?
매일 아침 눈을 떠서 잠들 때까지 쓰는 물건이다. 삐걱거리고 코를 누르는 저가형 테를 쓰다가 콧대에 흉터가 남는 것보다, 제대로 만든 걸 하나 사서 10년 쓰는 게 오히려 이득 아닐까? 프리미엄 안경테의 세계를 들여다보면, 소재의 겉포장 뒤에 숨겨진 물리적인 사실들이 보인다. 알고 나면 왜 비싼 값을 지불하는지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
렌즈를 끼우기 전까지는 무게를 가늠하기 어렵다
안경을 고를 때 가장 먼저 눈이 가는 스펙은 단연 ‘무게’다. 상세 페이지에 나오는 “10g 미만의 초경량” 같은 문구를 보면 당장이라도 콧등이 편안해질 것 같다. 하지만 여기에는 아주 흔한 함정이 있다. 안경테의 무게는 보통 데모 렌즈를 빼거나, 아주 얇은 플라스틱 판만 끼운 상태로 측정된다.
진짜 체감 무게를 결정하는 건 안경테 자체의 가벼움보다 렌즈를 끼운 뒤의 무게 균형이다. 특히 눈이 나빠서 고도수 렌즈를 써야 하는 사람이라면 더 조심해야 한다. 렌즈가 두껍고 무거워지는데 안경테만 극도로 가볍고 얇은 걸 고르면 어떻게 될까? 안경의 무게 중심이 앞으로 쏠린다. 귀 뒤에서 잡아주는 무게가 없으니 고개를 조금만 숙여도 안경이 콧대를 타고 줄줄 흘러내린다.
결국 가볍다고 소문난 테를 샀는데 하루 종일 안경을 치켜올리느라 손가락이 바빠지는 불상사가 생긴다. 테 자체의 가벼움도 중요하지만, 내 렌즈 두께를 감당해 줄 림(알을 감싸는 테)의 두께와 귀 쪽 템플(다리)의 무게 균형이 더 현실적인 착용감을 결정한다.
‘아세테이트’라고 다 같은 뿔테가 아니다
흔히 검은색 두꺼운 뿔테를 보면 다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어떤 건 몇만 원이고 어떤 건 50만 원이 넘어간다. 그 차이는 원재료와 가공 방식에서 나온다.
저가형 뿔테는 주로 TR이나 울템 같은 플라스틱 소재를 틀에 부어 대량으로 찍어낸다. 가볍고 질기지만 깊은 맛이 없다. 시간이 지나면 겉면이 하얗게 일어나고 광택이 죽는다. 반면 프리미엄 뿔테의 주재료인 아세테이트는 목화솜에서 추출한 섬유소를 바탕으로 만든 친환경 소재다.
진짜 고급 아세테이트는 시트를 통째로 가져와 장인이 손으로 직접 깎고 다듬는다. 이 과정에서 아세테이트 특유의 깊은 투명도와 은은한 광택이 살아난다. 이탈리아산 고급 아세테이트 시트를 쓴 안경테를 햇빛 아래서 요리조리 돌려보면, 맑은 호수 바닥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색감이 나온다. 오랜 시간 얼굴의 유분과 땀에 노출되어도 쉽게 변하지 않고, 광택이 죽으면 안경원에서 폴리싱(표면을 다시 깎아 광을 내는 작업)을 거쳐 새것처럼 살려 쓸 수 있다. 오래 묵을수록 가치가 빛나는 원목 가구 같은 셈이다.
티타늄 안경테에 붙은 등급을 확인하자
금속 테 중 가장 많이 찾는 티타늄도 다 같은 티타늄이 아니다. 안경테 안쪽에 ‘TITANIUM’이라고 적혀 있어도 합금 비율에 따라 성질이 완전히 달라진다.
- 순수 티타늄 (Pure Titanium): 생체 적합성이 가장 높다. 인공관절이나 치과 임플란트에 쓰이는 그 소재다. 피부가 예민해서 금속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도 아무 걱정 없이 쓸 수 있다. 가볍고 단단하지만, 유연성이 떨어져 피팅하기가 까다롭다.
- 베타 티타늄 (Beta Titanium): 순수 티타늄에 다른 금속을 섞어 유연성을 극대화한 합금이다. 안경다리를 양옆으로 활처럼 구부려도 부러지지 않고 원래대로 돌아온다. 얼굴 측면을 부드럽게 감싸주기 때문에 착용감이 부드럽다.
- 메모리 티타늄: 형상기억합금 기술을 넣어 아무리 구겨도 원래 모양으로 툭 돌아온다. 막 다루기 편하지만, 아주 미세한 피팅이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금속 알레르기가 심하다면 순수 티타늄 비율이 높은 제품을 골라야 뒤탈이 없다. 자석을 대 보았을 때 달라붙지 않는 제품이 진짜 제대로 된 티타늄일 확률이 높다.
마니아들이 지갑을 여는 프리미엄 안경테 대표 모델
지금 국내에서 정식으로 만날 수 있는 완성도 높은 프리미엄 안경테들을 꼼꼼하게 뜯어보자. 후기에서 지적되는 날것 그대로의 단점까지 함께 담았다.
| 브랜드 및 모델 | 안구 형태 | 프레임 소재 | 특징 | 가격대 |
|---|---|---|---|---|
| 금자안경 KA-41 BK | 빈티지 스퀘어 | 아세테이트, 메탈 | 5중 경첩, 메탈 노즈패드 암 | 50만 원대 |
| 금자안경 KV-34 BK | 웰링턴 (하금테) | 아세테이트, 티타늄 | 퓨어 티타늄 뼈대, 베스트셀러 | 50만 원대 |
| 모스콧 렘토쉬 BLACK 46 | 라운더 클래식 | 이탈리아 아세테이트 | 7중 경첩, 아넬형의 아이콘 | 30만 원대 |
| 린드버그 모르텐 U9 | 오벌 / 판토 | 티타늄, 스틸 | 나사 없는 힌지, 덴마크 수공예 | 100만 원대 |
| 가메만넨 KMN-113 DBK | 보스턴 / 크라운판토 | 티타늄 | 역방향 코패드, 두꺼운 림 | 60만 원대 |
| 마이키타 NYARA 374 | 파일럿 | 친환경 아세테이트 | 나사 없는 힌지, 베를린 수공예 | 40만 원대 |
| 림락 R541 | 클래식 라운드 | (스펙 미표기) | 새들 노즈(코받침 없음) | 20만 원대 |
1. 금자안경 KA-41 BK
- 프렌치 스퀘어의 단단한 실루엣
수작업 안경의 성지라 불리는 일본 사바에 지역에서 장인들이 만드는 브랜드다. KA-41은 요즘 유행하는 프렌치 스퀘어 스타일의 정석을 보여준다. 림 윗부분을 깎아낸 정교한 연마 디테일과 샌플라티나 리벳 장식이 클래식한 맛을 제대로 살렸다.
뿔테인데도 메탈 코받침 암(기둥)이 달려 있어 콧대가 낮은 동양인 얼굴에도 흘러내리지 않고 잘 맞는다. 다리와 전면부를 이어주는 경첩이 5중 구조로 짜여 있어 웬만한 충격에는 끄떡없다.
- 아쉬운 점: 아세테이트 소재 특성상 렌즈를 포함하면 무게가 33g 정도로 다소 묵직하다. 가벼운 안경만 쓰던 사람이라면 콧대에 얹어지는 묵직함이 처음에는 거슬릴 수 있다.
2. 금자안경 KV-34 BK
- 지적이고 가벼운 하금테의 정수
눈썹 라인은 아세테이트 뿔테로, 아래쪽 림은 퓨어 티타늄으로 감싼 하금테 스타일이다. 하금테 특유의 나이 들어 보이는 느낌을 없애고, 둥근 사각형(웰링턴) 쉐입을 채택해 부드럽고 단정한 인상을 준다.
하금테치고는 굉장히 가볍다. 뼈대가 되는 메탈 부분이 퓨어 티타늄이라 변형이 적고 내구성이 훌륭하다. 다리 부분에 새겨진 미세한 음각 디테일은 안경을 벗어 놓았을 때 더 예쁘다.
- 아쉬운 점: 렌즈 가로가 49mm로 아주 넉넉한 편은 아니다. 얼굴 폭이 아주 넓은 편이라면 관자놀이가 눌리는 느낌을 받을 수 있으니 직접 써보는 것이 안전하다.
3. 모스콧 렘토쉬 BLACK 유광 46
- 100년 넘게 살아남은 빈티지 뿔테의 상징
미국 뉴욕의 감성을 담은 아넬형 뿔테의 교과서 같은 존재다. 수많은 셀럽들이 쓰면서 유명해졌지만, 유행을 떠나 어떤 얼굴형에도 신기하게 잘 어울리는 황금 비율을 가졌다. 이탈리아산 아세테이트를 사용해 가공했으며, 안경다리와 전면부를 무려 7중 경첩으로 튼튼하게 맞물려 놓았다.
- 아쉬운 점: 서양인 기준으로 설계된 아시안 핏이 아닌 일반 모델의 경우 코받침이 낮고 브릿지 폭(24mm)이 넓어 콧대가 낮으면 안경 하단이 볼에 닿거나 쉽게 흘러내린다. 콧대 위치가 애매하다면 피팅에 애를 먹을 수 있다.
4. 린드버그 모르텐 U9 무광블랙
- 안 쓴 것 같은 편안함, 가장 가벼운 축
덴마크의 미니멀리즘을 안경 하나에 압축해 놓았다. 얇은 티타늄 철사를 꼬아서 만든 것 같은 구조인데, 놀랍게도 땜질이나 나사가 단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다. 나사가 풀려서 안경다리가 덜렁거릴 일이 원천적으로 차단된 셈이다. 의료용 티타늄을 사용해 피부 알레르기가 전혀 없고, 얼굴에 얹는 순간 안경을 썼다는 사실을 잊어버릴 만큼 가볍다.
- 아쉬운 점: 가격이 매우 사악하다. 또한 테가 너무 얇고 유연하다 보니, 전문적인 피팅 장비와 기술을 갖춘 안경원이 아니면 제대로 된 착용감을 구현하기 어렵다. 잘못 만지면 형태가 쉽게 뒤틀릴 수 있어 섬세한 관리가 필요하다.
5. 가메만넨 KMN-113 DBK 46mm
- 아래에서 솟아오르는 독창적인 역방향 코패드
‘거북이 만년’이라는 이름처럼 오랜 세월 변치 않는 견고함을 모토로 삼는 브랜드다. 이 안경의 백미는 아래에서 위로 솟아오르는 독특한 일체형 티타늄 코받침이다. 위에서 누르는 일반 코받침과 달리 아래에서 코를 부드럽게 받쳐주어 압박감이 덜하고 보기에도 안정적이다. 렌즈 가장자리를 감싸는 메탈 림이 두껍게 설계되어 고도수 렌즈의 두꺼운 옆면도 잘 가려준다.
- 아쉬운 점: 크라운판토(상단은 각지고 하단은 둥근 모양) 디자인이라 호불호가 갈린다. 일반적인 둥근 안경테를 생각하고 썼다가는 인상이 너무 강해 보일 수 있다.
6. 마이키타 NYARA 374 brown
- 독일 하이테크 공학과 친환경의 만남
베를린에서 수공예로 제작되는 마이키타의 파일럿 스타일 안경테다. 친환경 인증을 받은 아세테이트 리뉴(Acetate Renew) 소재를 사용해 피부 자극을 줄였다. 마이키타 특유의 나사 없는 나선형 힌지 구조와 얇은 메탈 템플이 결합되어 아세테이트 안경임에도 유연하고 깃털처럼 가볍다.
- 아쉬운 점: 주문 제작 방식으로 진행될 경우 손에 넣기까지 2~3주 이상의 긴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또한 파일럿(보잉) 쉐입 특유의 스포티하고 개성 강한 디자인이라 평소 입는 옷차림과 매치하기 까다로울 수 있다.
가성비 좋게 클래식을 맛보고 싶다면: 림락 R541
수십만 원 중후반대의 가격이 부담스럽다면 20만 원대로 진입 장벽을 낮춘 좋은 대안이 있다. 바로 림락 R541이다.
림락은 국내에서 ‘코받침 없는 안경’으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콧등에 얹어서 쓰는 ‘새들 노즈(Saddle Nose)’ 디자인 덕분에 콧대 양옆에 빨갛게 자국이 남는 스트레스에서 완전히 해방될 수 있다. 군더더기 없이 아주 얇고 깔끔한 라운드 메탈 쉐입으로, 영화 속 클래식한 분위기를 연출하기에 제격이다. 가격 대비 마감이나 균형감이 훌륭해 프리미엄 안경 입문용으로 손색이 없다.
내 얼굴에 맞는 안경테는 무엇일까?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린드버그 모르텐 U9이나 림락 R541을 권한다. 콧대와 귀 뒷부분의 자극을 최소화해 준다.
- 하루 종일 안경을 쓰고 일하는 직장인, 가벼움이 최우선이라면:
하금테 스타일인 금자안경 KV-34 BK가 답이다. 윗부분의 아세테이트가 이목구비를 또렷하게 잡아준다.
- 지적이고 신뢰감을 주는 인상을 만들고 싶다면:
모스콧 렘토쉬 46이나 금자안경 KA-41 BK를 추천한다. 도톰한 아세테이트의 깊은 광택이 얼굴의 입체감을 살려준다.
- 캐주얼과 클래식을 넘나들며 유행 타지 않는 뿔테를 원한다면:
오래 쓰는 안경 관리 방법 한 줄
안경을 낀 채로 뜨거운 사우나에 들어가거나 한여름 자동차 조수석 수납함에 보관하는 건 금물이다. 아세테이트는 열을 받으면 하얗게 변색되거나 뒤틀리고, 렌즈 코팅은 미세하게 균열이 가면서 수명이 반으로 깎인다. 비싼 안경일수록 열과 염분(땀)을 멀리하는 것이 오래 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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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 [1] 기사 하금테 안경 추천, 금자안경 KV-34 BK 후기 · ohtaku.net
- [2] 기사 금자의 베스트셀러 kv34!!! 매장에서 착용해보니 가벼워서 편하기도하고 디자인도 크게 구매후기 · hotsunglass.co.kr
- [3] 영상 금자안경kv34 데일리용 하금테 리뷰 kaneko optical (뉴글라스) · youtube.com
- [4] 영상 금자안경 KV-34, '얼굴 큰' 사람은 제발 사지 마세요 (이안안경) · youtube.com
- [5] 판매처 가네코옵티컬 금자안경 KV34 BK 49사이즈 KANEKO OPTICAL · hotsunglass.co.kr
- [6] 판매처 LEMTOSH in Black · mosco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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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기사 Eyeglasses Moscot Lemtosh Matt Black 46-24 Medium in stock · visiofactory.com
- [9] 판매처 Moscot Lemtosh (46) – black / american grey fade lens · mondello1962.com
- [10] 판매처 Moscot – Lemtosh Average [46] · goodseec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