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프라이어에 종이호일, 그냥 아무거나 깔아도 될까
주방 서랍을 열어보면 종이호일 종류가 은근히 여러 개다. 마트에서 산 일반 유산지, 편의점에서 급하게 산 저렴한 종이호일, 누가 선물로 준 두꺼운 베이킹 시트… 에어프라이어 돌릴 때마다 “아무거나 깔면 되겠지” 하고 손에 잡히는 대로 넣은 적, 다들 있을 거다.
근데 최근에 “220도 넘기면 유해물질 우려”라는 제목의 기사가 나왔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가 [5]. 그리고 에어프라이어에 빈 바스켓 상태로 종이호일만 넣고 예열했다가 불이 났다는 사고 소식도 여러 번 보도됐다 [6][7][8][9][10][11][12]. 종이 한 장 까는 게 뭐가 그렇게 대단한 일이라고, 이 정도로 화제가 됐을까 싶은데 — 원리를 들여다보면 이유가 있다. 종이호일이 열과 공기 흐름 사이에서 생각보다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서다.
유산지와 일반 종이호일, 뭐가 다른가
먼저 헷갈리는 것부터 정리하자. 흔히 “종이호일”이라고 뭉뚱그려 부르지만, 베이킹용으로 파는 유산지(parchment paper)와 아무 종이나 자른 걸 구분해야 한다. 유산지는 표면에 실리콘 코팅을 입혀서 만든다. 이 코팅 덕분에 내열성이 생기고, 음식이 눌어붙지 않는 비접착성도 갖게 된다 [1]. 마치 프라이팬에 코팅을 입혀서 계란이 안 붙게 하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 보면 된다.
이 실리콘 코팅은 상업적으로 소수성(hydrophobic, 물을 밀어내는 성질) 표면을 만든다고 알려져 있다 [4]. 물기 있는 재료를 올려도 종이가 축축하게 젖어서 흐물거리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다. 반면 그냥 얇은 종이는 이런 코팅이 없으니, 고온에서 금방 눅눅해지거나 타들어가기 쉽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종이에 방수·방유 처리를 하려고 쓰는 식품접촉물질 중에 PFAS(과불화화합물) 계열 코팅이 들어가는 경우가 있는데, 고온에서 이 물질이 음식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연구된 적이 있다 [1]. 또 다른 연구에서는 실리콘 코팅 유산지를 베이킹할 때 코팅 성분인 PDMS(폴리디메틸실록산, 실리콘의 한 종류)가 구워진 음식 쪽으로 이행되는 게 검출됐다는 결과도 나왔다 [29]. 물론 이게 유산지 자체를 쓰지 말라는 얘기는 아니고, “아무 종이나 대체품으로 써도 된다”는 생각이 더 위험하다는 뜻에 가깝다.
에어프라이어 안에서는 공기가 어떻게 돌아가나
에어프라이어는 기본적으로 뜨거운 공기를 순환시켜서 음식을 익히는 방식이다. 오븐처럼 사방에서 열이 오는 게 아니라, 좁은 바스켓 안에서 팬이 돌면서 바람을 만든다. 이 공기 흐름 속도와 온도 조건이 실제로 열이 전달되는 방식과 음식의 부피 팽창(빵이나 케이크가 부풀어 오르는 정도)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2]. 연구에서는 에어프라이어의 공기 흐름 속도가 초당 5미터가 넘는 수준으로, 일반 컨벡션 오븐보다 훨씬 빠르다는 게 확인됐다 [2].
바람이 세게 도는 만큼, 뭔가로 그 길을 막으면 영향이 크다는 뜻이다. 종이호일을 바스켓 바닥에 깔았을 때 크기가 너무 크거나 두껍다면, 바람이 지나가야 할 틈을 종이가 눌러버리는 셈이다. 집안에서 선풍기 앞에 두꺼운 커튼을 쳐놓으면 바람이 약해지는 것과 비슷한 그림이다. 여기에 더해서, 종이 자체가 열을 잘 전달하지 않는 재질이라는 점도 겹친다. 종이는 금속처럼 열을 빠르게 옮기지 못하니, 두꺼운 종이를 깔면 그 부분이 마치 작은 담요처럼 열을 막아버린다.
그러니까 종이호일 문제는 딱 하나가 아니라 두 가지가 동시에 일어나는 거다. 바람길을 막는 것과, 열을 막는 것. 이 둘이 같은 자리에서 겹치면 음식이 고르게 익지 않고 한쪽만 눅눅하거나 덜 익는 결과로 이어진다. 게다가 좁은 바스켓 안에서 빈 종이호일만 예열되는 상황이라면, 팬 바람에 종이가 들썩이다가 위쪽 열선에 닿아 타는 사고로도 번질 수 있다는 게 실제 화재 사례에서 반복적으로 지적된 부분이다 [6][7][8][9][10][11][12].
그래서 답은 단순하다. 에어프라이어용으로 나온, 바스켓 크기에 맞게 구멍이 뚫린 전용 종이호일을 쓰고, 음식을 먼저 올린 다음에 예열하거나 조리를 시작하는 것.
에어프라이어 전용 종이호일
- 구멍 — 바스켓 바닥 크기에 맞춰 통풍구가 뚫려 있음
- 크기 — 바스켓보다 작게 재단돼 벽면 통풍구를 가리지 않음
- 코팅 — 내열 코팅으로 고온에서 형태 유지
일반 종이/저가 호일을 잘라 쓰는 경우
- 구멍 — 없음, 바닥 전체를 덮어 공기 흐름 차단 우려
- 크기 — 바스켓보다 크게 잘라 벽까지 덮이기 쉬움
- 코팅 — 내열 처리가 불확실해 고온에서 변형 가능성
실제로 어떻게 깔아야 하나
1단계 — 종이 크기부터 확인한다. 바스켓 바닥보다 작게 자르거나, 처음부터 에어프라이어 전용으로 나온 제품을 쓴다. 벽면 통풍구까지 덮이면 안 된다.
2단계 — 빈 상태로 예열하지 않는다. 종이호일을 깔았으면 그 위에 음식을 먼저 올리고 나서 조리를 시작한다. 종이만 넣고 예열하다가 팬 바람에 들썩여 열선에 닿는 사고가 반복적으로 보고됐다 [6][7][8][9][10][11][12].
3단계 — 무거운 재료로 고정한다. 감자튀김이나 치킨처럼 어느 정도 무게가 있는 음식을 올리면 종이가 들뜨는 걸 막을 수 있다. 가벼운 재료만 올릴 때는 종이 가장자리를 살짝 눌러주는 정도로도 도움이 된다.
4단계 — 온도가 높은 조리에는 얇고 가벼운 유산지보다 전용 제품을 우선한다. 고온에서 코팅 성분이 옮겨갈 가능성이 있는 만큼, 브랜드에서 에어프라이어용으로 표기한 제품을 확인하고 쓰는 편이 안전하다 [1][29].
주의할 점
바스켓 안에 종이호일만 단독으로 넣고 전원을 켜는 행동은 피한다. 소방 당국에서도 이 상황을 화재 원인으로 반복해서 안내하고 있다 [6][7][8][9][10][11][12].
조리 온도가 높게 설정될수록 종이 재질의 변형이나 코팅 성분 이행 가능성이 커질 수 있으니, 고온 조리에는 제품 포장에 적힌 사용 가능 온도를 확인해두는 게 좋다.
에어프라이어 조리 자체가 음식 종류에 따라 휘발성유기화합물(VOC), 질소산화물(NOx), 초미세먼지(UFP) 같은 물질을 다르게 배출한다는 연구도 있다 [3]. 종이호일 문제와는 별개지만, 환기가 잘 되는 곳에서 사용하는 습관도 함께 챙기는 게 좋다.
출처
- [1] 기술 Detection of polydimethylsiloxanes transferred from silicone‐coated parchment paper to baked goods using direct analysis in real time mass spectrometry (Journal of Mass Spectrometry, 2016)
- [2] 기술 Experimental studies and mathematical modeling on the effects of rapid airflow and baking temperature during baking (Emirates Journal of Food and Agriculture, 2020)
- [3] 논문 Quantification of Volatile Organic Compounds (VOCs), Nitrogen Oxides (NO x ), and Ultrafine Particles (UFPs) Emitted by Domestic Air Fryers: A Chamber Study of (Europe PMC, 2026)
- [4] 논문 High-Density Papertronics via Laser-Written Hydrophilicity on Hydrophobic Parchment Paper. (Europe PMC, 2026)
- [5] 기사 “220도 넘기면 유해물질 우려”… 에어프라이어 종이호일의 배신 [헬스… (2026-09-12)
- [6] 기사 에어프라이어 화재 5년간 170건…빈 종이호일 예열 '주의' (2026-07-02)
- [7] 기사 빈 바스켓에 종이 호일 예열 금지…에어프라이어 사고 주의보 (2026-07-02)
- [8] 기사 에어프라이어 '종이호일' 사용 시 발연·화재 주의 (2026-07-01)
- [9] 기사 에어프라이어 화재 주의보…"종이호일만 넣고 예열 안돼" (2026-07-01)
- [10] 기사 논산소방서, 에어프라이어 화재 주의 당부… "종이호일 단독 예열 금물… (2026-07-27)
- [11] 기사 에어프라이어 화재·화상 주의…종이호일 예열 금지 (2026-07-01)
- [12] 기사 ‘종이호일 잘못 사용하면 화재 위험’…에어프라이어 안전사용 캠페인… (2026-07-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