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게가 갑자기 안 잡힌다는 얘기, 단순히 남획 때문일까
가을 되면 꽃게 소식이 꼭 나온다. 근데 요즘 나오는 기사 결이 좀 다르다. 그냥 “어획량 줄었다”가 아니라 “꽃게가 어디 갔는지 모르겠다”는 얘기가 많다. 실제로 올가을 서해 꽃게 어획량이 지난해보다 줄어들 걸로 보인다는 전망이 나왔고[10][12], 금어기가 끝났는데도 꽃게가 흩어져서 어획량이 뚝 떨어졌다는 보도도 있었다[9]. 여기서 다들 습관적으로 “많이 잡아서 그렇다”고 생각한다. 근데 기후변화 꽃게 이동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얘기가 좀 다르다. 꽃게가 없어진 게 아니라 있어야 할 자리에서 옮겨갔을 가능성이 있다는 거다. 실제로 인천 연안해역엔 고수온 경보가 켜졌다는 보도도 있었고[11], 한반도 주변 바다는 세계 평균보다 더 가파르게 데워지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8]. 물이 뜨거워지면 물고기나 게가 참고 사는 게 아니라 살기 좋은 온도를 찾아 자리를 옮긴다는 거, 이게 오늘 얘기할 원리다.
수온이 오르면 왜 게는 그 자리를 뜰까 — 대사와 신경, 두 갈래가 같이 움직인다
집에 있는 냉장고를 생각해 보자. 온도 설정을 올리면 안에 있는 음식이 상하는 속도가 빨라진다. 게 같은 갑각류도 비슷하다. 얘네는 체온을 스스로 조절 못 하는 변온동물이라, 몸의 온도가 곧 물 온도다. 물이 데워지면 몸속 화학반응 속도, 그러니까 대사율이 통째로 빨라진다[1][2]. 대사가 빨라진다는 게 말은 좋아 보이는데, 실은 숨쉬기도 더 힘들어지고 에너지도 더 빨리 쓴다는 뜻이다. 그리고 모든 생물은 버틸 수 있는 온도 범위, 이걸 온도 내성 범위(thermal tolerance window, 생존과 성장이 정상적으로 유지되는 온도 구간)라고 부르는데, 이 범위를 벗어나면 생존율과 성장률이 뚝 떨어진다는 실험 결과가 있다[2].
그런데 온도가 미치는 게 대사만이 아니다. 게 몸 안의 신경-근육 시스템, 그러니까 근육을 움직이게 하는 전기신호 체계도 온도에 직접 영향을 받는다. 실제로 게(Cancer borealis)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온난화가 신경세포의 막전위와 시냅스 신호(신경세포 사이 정보를 주고받는 전기적 신호)에 직접 영향을 준다는 게 확인됐다[1]. 근육 신호가 흐트러지면 헤엄치는 것도, 먹이를 잡는 것도, 포식자를 피하는 것도 다 둔해진다는 얘기다. 여기에 하나 더 있다. 온도는 열충격단백질(Hsp70, 스트레스 상황에서 세포를 보호하는 단백질)의 발현도 건드리는데, 이 단백질이 병원체에 맞서는 면역 반응과도 연결돼 있다[7]. 그러니까 온도가 오르면 밥그릇 문제(대사), 몸 움직임 문제(신경근육), 병 걸릴 확률 문제(면역)가 동시에 흔들린다.
이 세 갈래를 한 문장으로 묶으면 이렇게 이해할 수 있다 — 서식지를 옮기는 건 게 입장에서 ‘더 좋은 곳을 찾아가는 것’이라기보다, 대사·신경·면역이 한꺼번에 삐걱거리는 자리에서 그나마 덜 삐걱거리는 자리로 밀려나는 쪽에 가깝다. 실제로 온도가 오르면서 여러 어종과 갑각류의 분포 중심이 고위도, 즉 더 서늘한 쪽으로 이동한 사례가 여러 건 관측됐다[3][4][5][6]. 대서양에서는 온난화된 바다가 블루크랩(Callinectes sapidus)의 북상을 부추기면서, 원래 그 자리에 있던 침입종 유럽꽃게(Carcinus maenas, 유럽이 원산이지만 전 세계로 퍼진 게 종류)와 서식지가 겹치고 서로 경쟁하는 상황까지 만들었다[4]. 자리를 옮기는 것 자체가 끝이 아니라, 옮긴 자리에서 원래 살던 애들과 부딪히는 두 번째 문제가 시작된다는 거다.
물이 따뜻해질 때 게에게 생기는 일, 정리하면 이렇다
온도가 내성 범위 안일 때
- 대사 — 정상적인 속도로 에너지 사용[1][2]
- 신경근육 — 막전위·시냅스 신호 안정적[1]
- 서식 행동 — 그 자리에 머무는 경향
온도가 내성 범위를 벗어날 때
- 대사 — 급격히 빨라지거나 부담 증가[1][2]
- 신경근육 — 신호 전달 흐트러짐[1]
- 서식 행동 — 더 서늘한 고위도로 분포 중심 이동[3][4][5][6]
이 원리, 어떻게 확인하고 받아들이면 될까
- 1단계 — 온도와 위치를 따로 떼서 본다. 게가 “적게 잡힌다”는 소식을 들으면 바로 남획을 떠올리기 쉬운데, 먼저 그 해역 수온이 평소보다 높았는지부터 확인해 보는 게 순서다. 온도가 대사·신경·면역을 동시에 흔든다는 원리[1][2][7]를 알면, 어획량 변화의 원인 후보가 하나 늘어난다.
- 2단계 — ‘없어졌다’와 ‘옮겨갔다’를 구분한다. 분포 중심이 고위도로 이동한다는 건[3][4][5][6] 개체수가 줄었다는 뜻이 아니라 자리가 바뀌었다는 뜻일 수 있다. 어장 소식을 볼 때 이 둘을 헷갈리지 않는 게 중요하다.
- 3단계 — 경쟁 관계까지 같이 본다. 온도 때문에 자리를 옮긴 종이 원래 그 자리에 있던 종과 부딪히는 경우가 실제로 관찰됐다[4]. 한 종의 이동이 다른 종의 서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두면, 왜 특정 지역 어획량만 유독 들쭉날쭉한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주의할 점
여기서 설명한 건 수온과 갑각류 생리 사이의 일반적인 원리다. 특정 어종이 특정 온도 이상에서 산란이 늘어난다거나, 특정 해류가 유생을 어느 방향으로 옮긴다는 식의 구체적인 수치는 아직 근거가 충분히 확인되지 않았으니, 그런 주장을 볼 때는 출처가 실험이나 관측 자료인지, 아니면 추정인지 한 번 확인해 보는 게 좋다. 어획량 감소를 온도 하나로만 설명하는 것도 조심할 부분이다. 어업 압력, 해양 환경의 다른 변화 등 여러 요인이 겹쳐 있을 수 있으니, 기사나 통계를 볼 때 온도 얘기만 보고 단정 짓지 말고 여러 요인을 같이 놓고 보는 습관이 필요하다.
출처
- [1] 논문 Temperature and pH-dependent potassium currents of muscles of the stomatogastric nervous system of the crab, Cancer borealis . (Europe PMC, 2026)
- [2] 논문 Effects of Thermal Stress on Growth and Reproduction of Procambarus clarkii and Aquaculture Best Practices. (Europe PMC, 2026)
- [3] 논문 Decadal predictions of future habitat favourability of the European green crab ( Carcinus maenas ) on the Pacific Coast of North America. (Europe PMC, 2026)
- [4] 논문 Blue beats green: Agonistic interactions between Atlantic blue crabs and European green crabs in the Gulf of Maine (Europe PMC, 2025)
- [5] 논문 Seasonal and Spatial Distribution Characteristics of Sepia esculenta in the East China Sea Region: Transfer of the Central Distribution from 29° N to 28° N. (Europe PMC, 2024)
- [6] 논문 Recreational fisheries as indicators of change: species range shifts from MRIP (1981-2024). (Europe PMC, 2026)
- [7] 논문 Genome-Wide Identification and Expression Analysis of Hsp70 Gene Family of Procambarus clarkii Reveals Its Immune Role in Response to Bacterial Challenge After (Europe PMC, 2025)
- [8] 기사 한반도 바다 온난화 심상찮다…세계 평균보다 0.4℃ 더 상승 (2026-08-26)
- [9] 기사 금어기 풀렸는데…흩어진 꽃게에 어획량 '뚝' (2026-08-21)
- [10] 기사 올해 가을 꽃게 서해 어획량 지난해 보다 줄어들 전망 (2026-08-23)
- [11] 기사 인천 연안해역 고수온 '비상등 켜졌다' (2026-08-09)
- [12] 기사 올가을 서해 꽃게량 1만2000~1만6000t 전망 (2026-08-21)
